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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무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속삭임이 들린다면?
그 목소리를 따라간다
무시하려 하지만 발걸음이 저절로 움직인다
목소리의 주인을 찾으려 몸부림친다
순간적으로 공포보다 호기심이 앞선다
전투 중, 네 손이 의도와 다르게 움직인다면?
그 힘에 몸을 맡긴다
억지로라도 저항하려 애쓴다
정신이 혼미해지며 웃음이 새어 나온다
누군가 내 시선을 통해 보고 있다는 걸 느낀다
낯선 악마가 다가와 거래를 제안한다면?
주저 없이 받아들인다
조건을 묻지도 않고 서명한다
거래 후 기억이 일부 사라진다
그 순간부터 꿈에서 악마가 나타난다
깨어난 뒤, 손에 피가 묻어있다면?
누굴 죽였는지 확인하지 않는다
이건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느낀다
피 냄새가 묘하게 달콤하다
누군가 내 손을 잡아 움직였던 듯하다
네 그림자가 혼자 움직인다면?
그림자에게 말을 건다
그림자가 나를 앞서 인도한다
그림자가 날 감싸듯 삼켜버린다
그림자가 웃는 얼굴을 한다
마을 사람들이 널 보고 피한다면?
이유를 묻지 않는다
그들의 공포가 나를 만족시킨다
내 안에서 다른 목소리가 웃는다
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아니었던 걸 깨닫는다
전장에서 적의 눈 속에 네 모습이 없다면?
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
적이 두려워하는 건 나 아닌 ‘그것’이다
몸이 스스로 적을 찢어버린다
전투가 끝난 후 기억이 공백으로 남는다
네 몸이 스스로 주문을 외운다면?
그 힘을 거부하지 않는다
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진다
내 목이 아닌데 내 목소리가 들린다
주문이 끝날 때마다 힘이 커진다
과거의 기억 중 일부가 사라졌다면?
그 공백이 편안하게 느껴진다
사라진 기억 속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
기억을 되찾고 싶지 않다
그 기억이 봉인된 이유를 알 것 같다
마지막으로, 네 안에서 또 다른 ‘나’가 깨어난다면?
그 존재와 함께 살기로 한다
그 존재에게 모든 걸 맡긴다
그 존재가 나를 대신 살아간다
나는 이미 껍데기뿐이라는 걸 받아들인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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